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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말을 한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어린 왕자'에서 배우는 식물 길들이는 법




식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잘 키울 수 있을까?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꽃, 사막여우와 어린 왕자가 대화하는 장면을 읽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식물이 말을 한다면, 정말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꽃을 보고 감탄한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정말 아름다워요!” 꽃이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죠? 나는 해와 함께 태어났어요.”


어린 왕자는 꽃이 겸손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꽃이 또 있을까.


“이제 아침 식사 시간인 것 같은데 제 식사 좀 챙겨 주시겠어요?” 꽃이 말했을 때, 어린 왕자는 당황했지만, 재빨리 신선한 물을 물뿌리개에 담아 뿌려 주었다. 이렇게 꽃은 심술궂은 허영심과 까다로운 성품으로 어린 왕자를 괴롭혔다.


“난 호랑이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하지만 바람은 무서워요. 바람막이를 가져다주겠어요?”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바람이 무섭다니… 식물인데 참 불행한 일이군. 이 꽃은 너무 까다로운 것 같아.’ “저녁에는 제게 유리 덮개를 씌워 주세요. 당신이 사는 이 별은 너무 추워요. 환경도 그리 좋지 않고요. 내가 전에 살던 곳은 …”


- 생택쥐페리 <어린 왕자> 中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를 처음 보게 된 어린 왕자는 까탈스러운 꽃의 주문에도 정성껏 돌봐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어린 왕자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이해할 수 없었다'라고.


아마도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거나, 식물이 어려운 사람들이 처음으로 식물을 마주했을 때 겪게 되는 첫 과정일 것이다.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막내라는 이유로 강제 식물 집사가 되기도 하고, 어쩌다 선물 받은 화분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다 해줬는데 결국엔 나를 배신한 경험 때문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결국 어린 왕자가 깨달은 것처럼 첫 식물과의 관계에서 서툴렀던 우리는, 어느 날 식물이 예뻐 보이고 달리 보이는 나이가(?) 되거나, 어떠한 계기로 인해 좀 더 성숙한 생각을 갖게 되면 결국 다시금 자연을 찾게 된다. 그걸 먼저 깨달은 80여 년 전의 어린 왕자를 통해 서로에게 길들이는 이야기를 참고하면, 다음번 식물과의 관계에서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새로운 능력이 추가되었습니다.

Illustration by kimpaca



아마도 처음에 우리는 말하지 않는 식물의 마음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많이 한다. 식물의 생각과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예을 들어보면 아마 이럴 것이다.


'앗, 이 집은 왜 이렇게 어두워! 햇빛이 부족해.. '

"물 많이 먹고 쑥쑥 자라줘"


'봄이 왔군, 꽃을 좀 피워볼까?'

"물 좀 줄까?"


'벌써 여름이네, 뜨거운 햇빛에 수분을 잃을 수 있으니 활동을 줄여야겠어. 물은 필요 없는데..'

"물 좀 줄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이야. 예쁘게 변하는 나를 보면 깜짝 놀라겠지?'

"물 좀 줄까?"


'겨울엔 너무 추워. 아무것도 안 하고 따뜻하게 겨울잠 잘래. 그놈의 물 좀 그만..'

"물 좀 줄까?"


중간중간 운이 좋으면 타이밍이 잘 맞아 잘 자란다. 그래서 진짜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때 식물이 시들해지거나 이상해지면 '뭐야, 왜 이러는 거야'하고 당황하게 된다. 물만 주면 잘 자랐으면서...! 물주기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걸 알고 가면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




물이면 다 되는 줄 알았지...

Illustration by kimpaca



식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우리는 서로 소통할 수 있다.


다시 어린 왕자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린 왕자가 사막여우를 만났을 때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 '서로를 길들이는 것에 대하여'


“부탁인데… 나를 길들여 주겠니?” 여우가 말했다.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고, 많은 친구를 만나고 싶어. 알고 싶은 것도 무척 많아.”


여우가 말했다. “우리는 길들인 것만을 알 수 있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하지 않아. 가게에서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사지.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다고! 사람들은 이제 친구를 사귈 수도 없게 될 거야. 만일 네가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야 한다는 말이야.”


여우가 대답했다. “인내심이 필요해. 일단은 나와 좀 떨어진 풀밭에 앉아. 내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내가 너를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 말은 수많은 오해의 원인이 되거든.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넌 내게 조금씩 다가오게 될 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여우를 찾아갔다. 여우가 말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오는 게 좋을 거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4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마침내 4시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돼. 그런데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래서 의식이 필요한 거야.”


- 생택쥐페리 <어린 왕자> 中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알려준, 길들이는 2가지 방법


1. 처음부터 뭘 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조금씩 관찰하기.

2. 이랬다 저랬다 하지 말고, 어느 정도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기.



첫 번째 방법은 뭔가를 하는 것보다 우선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 처음 온 식물이 조금씩 변하는 몸짓을 체크하는 것이다. 매일 30초만이라도 관찰하다 보면 어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다. 왜냐면 식물은 환경이 변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이 변해서 몸살을 앓듯이 시들해진 건 아닌지, 며칠 지켜보고 적응이 될 때쯤 물도 줘보고 햇빛이 드는 위치도 옮겨보고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관찰에서 얻은 것으로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잎이 시들시들해서 물을 줬더니 다시 살아났네? 드디어 물을 주는 타이밍을 알게 되었군! 15일째 됐을 때 시들시들해졌으니까 13일째 되는 날에 물을 주면 되겠어.'라는 데이터를 얻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라는 식물이 우리 집에서는 13일에 한 번이 더 좋은 패턴이 되는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 날씨가 바뀔 때, 화분의 위치가 바뀔 때.. 등등 변화가 있을 때마다 관찰하고 우리만의 패턴을 만드는 것의 반복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상대방을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면 삐걱거리기 마련이니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원래 어떤 사람(식물)이었는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기분 좋을 때는 어떤 모습이고, 힘들 때는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점점 알게 된다. 이건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고, 서로의 패턴을 읽고 맞추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식물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그 모습 자체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 있다.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알려준 '길들이는 법'처럼, 이 2가지만 기억해도 더욱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 식물, 동물 Illustration by kimpaca



copy.김파카
date.2020.11.26
김파카
플립 작가님
식물과 책을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파카입니다. 식물키트를 만들고 그림작업을 하며 잼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식물과 잘 지낸지는 5년차이고, 작년에는 브런치북 대상을 받아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라는 식물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